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자가 밝힌 합격의 조건은?
2018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만나다 ② 일반전형

서울대는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과 역량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과 확대를 이끈 대표적인 대학이다. 2000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를 활용한 지금의 종합평가 체계를 마련해 수시모집에 도입했다.
그런 서울대의 인재 선발 방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이 서울대 일반전형이다. 서울대 일반전형은 서울대 학생으로서 요구되는 ‘학업능력’ 외에도 ‘학업태도’와 ‘학업 외 소양’을 종합평가한다. 하지만 ‘태도’, ‘소양’과 같이 추상적인 단어로 표현된 전형요소는 입시를 치러보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연 어떤 고교 생활을 보내야만 ‘학업태도’와 ‘학업 외 소양’을 갖출 수 있을까.
비수도권 일반고에서 일반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오성훈 씨(충남 한일고,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과 허동건 씨(경기 운정고, 서울대 의예과 합격)의 사례는 추상적인 전형요소들의 실제(實際)를 잘 보여준다. 만약 서울대가 멀게만 느껴진다면 혹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너무 어렵다면 구체적인 합격 사례를 통해 나름의 합격 기준을 세워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에 합격한 오성훈 씨(좌)와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허동건 씨(우)
○ 자신만의 ‘학습법’ 찾아 성적 상승 이뤄
서울대 일반전형에 합격한 오성훈 씨와 허동건 씨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성적 상승을 일궈냈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수시에 도전해 합격했다.
허 씨는 1학년 때 주요 과목인 영어에서 3등급을 받는 등 기대한 만큼의 내신 성적을 받지 못했다. 허 씨는 “1학년 때는 한국사를 암기 없이 흐름 중심으로 이해하려 하거나 수학을 기본적인 성질에 대한 이해 대신 개념이나 공식을 외워 해결하려 하곤 했다”면서 “암기가 중요한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이 따로 있듯이 과목별 특성에 맞춰 공부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무작정 공부했다”고 말했다.
고교 1년 동안 자신의 공부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허 씨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적극적으로 각 과목에 맞는 공부법을 찾아나갔다. 지문을 눈에 익히는 것이 중요한 영어나 문제를 푸는 감을 살려서 이어가야 하는 국어는 시험 직전에 공부해 학습 효과를 높였고, 개념과 공식의 기본 성질이나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수학은 평소에 문제를 오래 붙잡고 풀면서 실력을 쌓았다. 노력 끝에 허 씨는 3학년 성적을 ‘평균 1.0등급’으로 채워 넣었다. 허 씨는 이런 노력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허 씨는 “성적을 올린 과정은 서울대에 도전하면서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었던 점”이라고 말했다.
오 씨의 성적 상승 과정은 이보다 더 극적이었다. 내신 경쟁이 매우 치열한 학교에 다녔던 탓에 1학년 때는 일부 5등급을 받기도 하는 등 상당히 고전했기 때문. 오 씨는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문제점을 찾아나갔다. 감에 의존하는 자신의 문제 풀이방식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곤, 성적 상승에 성공했던 수학 공부법을 다른 과목으로 확장시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오 씨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개념을 주어진 조건에 적용해 객관적으로 답을 도출해내는 나름의 ‘틀’을 정립하게 됐는데, 이 ‘틀’을 국어나 사회 등 다른 과목에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논리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문학 문제도 최대한 직관적인 풀이를 배제하고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 문학적 개념을 숙지한 후에 문제에 나와 있는 조건에 선택지를 대입해 정답을 찾아내는 식으로 푼 것. 오 씨는 “공부법이 완성된 2학년 때부터 성적이 꾸준히 올라 3학년 때는 평균 1등급대의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씨 역시 이런 성적 상승의 과정을 자기소개서 1번 항목에 구체적으로 써서 강조했다.
○ 학교 비교과 프로그램 적극 활용해 ‘스토리’ 완성
자신만의 방법으로 학업역량을 강조한 허 씨와 오 씨는 학업 외적으로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강조했다. 허 씨는 의학 동아리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고교 생활의 진정성’을 내세웠고, 오 씨는 정책 전문가라는 직업적 진로보다 ‘불평등의 해결’이라는 큰 목표를 테마로 자신의 고교 생활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이들 고교의 환경도 일부 도움이 됐다. 각자가 정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있어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
실제로 오 씨는 “학교가 마련해 준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나만의 성장 잠재력을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새터민학교와 결연식을 맺은 학교를 통해 새터민 학생들과 함께 통일 한국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통일 후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선배가 ‘책’이 되어 후배들에게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점에 대해 설명해 주는 ‘휴먼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을 통해 고교 3년간 ‘불평등의 해결’을 주제로 자신이 탐구하고 연구한 것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회 불평등을 해결하는 정책 전문가’를 꿈꾸는 오 씨의 스토리는 이런 활동들이 밑바탕이 돼 완성됐다. 오 씨는 “특히 휴먼 라이브러리를 통해 그간 내가 보지 못했던 관점이나 시각을 후배들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내 목표에 대해 더 입체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도 학교가 마련해 준 기회의 장에 적극 참여했다.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에 주기적으로 찾아와 재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교내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교생활이나 공부법 외에 의대 생활, 의대 진로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누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여기에 더해 의학 동아리 외에도 법 동아리, 실험 동아리, 수학 동아리 등 여러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해금과 기타를 배워 요양원 봉사활동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으로 고교 생활을 장식했지만, 자기소개서에 모든 활동을 나열하듯 담진 않았다. 활동 자체보다는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허 씨는 “가장 영향을 준 교내 활동을 쓰는 자소서 항목에는 특별한 활동 대신 고3 시기에 팔이 부러져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를 썼다”면서 “다양한 활동 중에서 진정으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인상 깊었던 일 중심으로 쓴 것이 자소서 작성 원칙이라면 원칙”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 합격자들은 자기소개서 4번 항목에 어떤 책을 썼을까?
-오성훈 씨(충남 한일고,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 :
△사기열전(사마천)
△1984(조지 오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슘페터)
“자기소개서 다른 항목에 진로와 관련해 제가 한 노력들을 충분히 썼기 때문에 경영학과 관련된 책은 쓰지 않았어요. 경영학 관련 책에 대해 아무리 깊이 있게 써도 경영학과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할 테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죠. 대신 인문사회학적 주제를 다룬 책들을 통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적 다면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허동건 씨(경기 운정고, 서울대 의예과 합격) :
△미래의 의사에게(페리 클라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위대한 결정(앨런 액셀로드)
“어떤 전략을 갖고 책을 고르기보다는 진짜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 위주로 골랐어요. 미래의 의사에게는 진로와 관련된 책이기도 하지만 제게 용기를 주었던 책이었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이라 골랐어요. 위대한 결정은 모의법정 때문에 골랐던 책인데 역시 ‘역사에 남은 위대한 결정도 고뇌와 번복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선택했죠.”
○ 까다로운 일반전형 면접, 합격자도 “대비 어려워”
하지만 이들에게도 면접 준비는 쉽지 않았다. 서울대 일반전형 면접은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치러져서 면접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질문의 난이도 또한 높다. 오 씨와 허 씨도 “면접에 대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하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면접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허 씨는 “정해진 답이 없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답변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다만 허 씨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편이었는데 오히려 그 점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나 내 생각들을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씨도 면접 준비에 가장 도움이 된 활동으로 1학년 때부터 해 온 동아리 발표 준비와 독서토론 경험을 꼽았다. 오 씨는 “일반전형 면접에서 100% 완벽한 정답을 찾아내긴 어렵기 때문에 주어진 질문에 맞춰 나만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연습은 단기간에 하긴 어려운데, 평소에 했던 독서토론이 책에 나온 배경지식을 근거로 내 논리를 구축해 가는 훈련이 돼 면접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자들 “고교 생활은 재밌게”
치열한 내신 경쟁 속 틈틈이 이어지는 비교과 활동, 여기에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서울대 합격의 꿈을 이룬 오 씨와 허 씨, 이들에게 후배들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족한 점이 워낙 많았습니다. 그런 부족함을 채워가는 것이 공부였고, 그래서 저는 공부가 재밌었습니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 스스로 재밌는 공부를 해야 공부를 계속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거든요.”(오성훈 씨)
“수능을 100일 앞두고 오른팔이 부러져 글씨 쓰는 것조차 힘들었을 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친구들이었습니다. 같은 수험생 입장에서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기도 하고,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더 공부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줬죠.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하면서 적절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긴 입시 과정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허동건 씨)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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