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중문화와 공교육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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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이원적 구조 그러나 우리가 좁은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문화”는 일상적 생활 속에서 주로 “향유하고 공유하는” 즉 “즐기거나 교감하는” 차원의 것을 말한다. 그 범위를 한정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예술, 오락, 놀이, 유행, 스포츠, 취미, 여가활동 등이 있고 그 각각도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의미의 문화는 그것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객관적 생활여건의 반영이기도 하고, 또한 그들의 생활 자체와 그들이 지닌 감정 혹은 의식의 직접적 반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속한 사회계층과 환경의 차이는 서로 다른 문화의 형태와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특히 1980년대의 말기와 1990년대의 초기부터 케이블 TV, 위성방송, 상업방송 등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자본이 문화산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문화콘텐츠의 기획이 영화제작 등에 반영되면서 우리 사회에 대중문화의 관심과 비중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대중문화의 장르도 영화, 드라마, 가요, 팝송, 무용, 춤, 음반, 게임, 만화, 스포츠 등 다양해지고 관심 영역이 새로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규격화된 내용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체제로 인하여 상업주의가 편승하면, 자칫 찰라적 유행성과 저질성이 일상적 생활인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대중문화는 그 근원부터가 산업혁명 이후의 근대화 과정에서 전개된 군집사회의 특징으로 인하여 자본주의적 메카니즘이 편승하면서 발달하였다. 시장과 상품의 개념이 대중문화의 세계를 잠식하게 되면 이윤의 추구를 위한 상업주의, 심하면 저속한 퇴폐주의에 흘러버릴 수도 있다. 고급문화는 전통적으로 귀족사회를 비롯한 상류사회가 향유한 것으로서, 제도적 교육과의 관련 속에서 전문적으로 생산되고 체계적으로 소비해 오면서 질적으로 다듬어지고 창조적으로 계승된 것이다. 이에 비하여 대중문화는, 그야말로 대중이 생활하면서 호흡하는 순박하고 친근한 문화이기는 하지만, 제도적 교육의 관심에서는 방치된 상태에 있어 왔다. 먼저 대중문화는 왜 제도적 교육에서 외면되어 왔는가? 두 가지의 중요한 배경을 들 수 있다. 하나는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의 전통이고 다른 하나는 “근대적 합리주의”를 들 수 있다. 오늘의 공교육제도는 근대적 시민사회가 발달하면서 교육의 기회를 귀족계급 혹은 지배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서민들의 자녀들에게 개방하는 평등교육 혹은 보편교육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 교육내용의 문제, 즉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는 거의 철저하게 근대사회를 주도한 계몽사상적 합리성의 틀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 이러한 합리성은 원천적으로 고대 서양의 사유체계를 계승 혹은 부활한 교육전통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교육적 전통과 계몽사상적 합리성의 시각에서 보면, 지식의 전형은 과학이지 그냥 허접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은 좋은 지식이며, 이야기는 저속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이나 미개인들이나 병자들이나 하는 저질의 것으로서 원시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과 예술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니며,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하여 합리적 지식을 획득하고 고상한 예술을 감상하여야 한다. 이것이 자유교육의 전통이며 계몽사상적 합리성이 추구하는 본원이었다. 여기에는 대중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근년에 이르러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을 말하는 사람들은 탈근대적 사회의 교육을 생각하기도 한다. 지식이란 기능적인 것으로서 우리가 그것을 배우는 것은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의 교과 속에 담긴 지식은 세계의 그림이라기보다는 세계를 두고 언어적 관습에 따라 논의하는 일종의 게임하듯 하는 담론일 따름이다. 그리고 포스트모던이즘의 지식인들은 그들의 담론이 세계 문화의 새로운 형태를 만나게 한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절충적인 다중적 문화를 가진 세계가 전개되면, 각각의 문화체제는 각각의 자격으로 다른 문화체제와 조화를 이루어 존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근년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는 음악과 미술을 비롯한 소위 고급문화의 생산과 공급과 수요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가고 있음이 관찰된다. 그 부문에 있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규의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이와 함께 이루어지는 학교밖의 사교육과 해외유학의 비중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대중문화의 열풍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규의 학교교육이 이에 참여한 실적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문화교육은 어느 개념의 것이든지 간에 국민 개개인과 전체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국가 전체의 문화적 정서와 교양은 국가품격의 세련성을 고양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를 교육적으로 관심 밖의 영역에 방치하는 것은 제도적 교육의 중요한 과제를 외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