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산 티처프러너 글로벌 필드트립] 씨앗을 심을 땅을 찾아서
![[2026 아산 티처프러너 글로벌 필드트립] 씨앗을 심을 땅을 찾아서](https://edu.chosun.com/site/data/img_dir/2026/09/22/2026092280039_0.jpg)
이정은 영생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한 학기 동안 팀을 꾸리고 시장을 조사하며 발표 자료를 다듬은 학생들의 기업가정신 수업 마지막 발표를 지켜보았다. 발표는 성공적이었고 학생들의 평가도 좋았으며 활동 내용은 생활기록부에 한 문단으로 정리되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묻어났지만, 교사 자신은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씨앗을 정성껏 쥐여주었지만 그 씨앗을 심을 땅을 주지 못했다고 비유했다. 한 학기 동안 공들인 경험은 발표가 끝나는 순간 생활기록부 속 한 문단으로 갈무리되었고, 학생들은その結果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진로·플래닝·기업가정신 교육을 반복하며 교사는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든 아이디어와 계획서는 발표하고 평가받고 생활기록부에 남으면 그대로 활동이 끝났으며, 실제 누군가에게 내놓고 검증받거나 실패를 겪으며 다시 다듬어보는 경험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 티처프러너 동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를 방문했다. 거기서 SMU 혁신과 기업가정신 센터(IIE)에 있는 ‘프로테제 벤처스(Protégé Ventures)’를 알게 되었다. SMU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학생들이 실제 자본을 운용하며 학생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동남아시아 대표적인 학생 주도 벤처캐피털로, 모의투자가 아니라 실제 돈이 움직인다고 한다.
SMU의 GII(Global Innovation Immersion) 프로그램도同様의 원칙을 따른다. 학생들은 여름방학 12주 동안 해외 스타트업에 파견되며 원격 근무는 허용되지 않고 반드시 현지로 가서 직접 부딪혀야 한다. 아직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맡길 수 있는 스타트업을 택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답을 따라가는 대신 불완전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지식이나 화려한 스펙보다는 ‘근성’, ‘적응력’,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과 같은 태도를 지원자에게 요구한다. 이런 힘은 강의실에서의 설명만으로는 생기지 않으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무너졌다가 다시 방법을 찾아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교사는 지적했다.
교사는 SMU가 학생에게 주는 것이 ‘실패해도 괜찮은 무대’가 아니라 ‘진짜로 실패할 수 있는 현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거기서 학생들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틀렸다면 결과를 피하기보다 왜 틀렸는지 돌아보고 방향을 잡아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익힌다고 설명했다.
교사는 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에 부족했던 것이 예산이나 교사의 열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것을 들고 세상과 맞부딪칠 수 있는 ‘진짜 현장’이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은 결과물을 잘 만들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계획서를 쓰는 데 익숙하지만, 그것을 실제 누군가에게 내놓고 검증해본 경험은 적다고 덧붙였다.
거창한 시스템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며, 아주 작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충분히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만든 아이디어를 학교 안 발표로 끝내지 않고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기관 한 곳과 연결해 실제 반응을 받아보게 하면 된다. 그 기관이 학생의 제안을 실제로 검토해주는 ‘첫 번째 고객’이 되는 것만으로도 경험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교실 안에서는 그럴듯해 보였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바로 그 순간부터 학생의 활동은 과제가 아니라 ‘실행’이 된다. 발표로 끝나던 활동에 ‘실행과 피드백’이라는 한 단계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으며, 학생이 얻는 경험의 깊이와 질은 그 단계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스무 살 안팎의 학생들은 이미 실제 자본을 다루며 실패와 책임의 무게를 배우고 있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씨앗을 직접 심어볼 땅이 필요하다고 교사는 마무리했다.
제휴 매체를 참고해 편집·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실 확인을 거쳤으나 원문과 표현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