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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일기] 독서라면 몸서리치던 수진이가 책을 잡았다

글로벌국제학교 신동우 이사장의 학생 상담기

에듀진2018.07.27 11:51조회 2,065
[대안교육 일기] 독서라면 몸서리치던 수진이가 책을 잡았다
- 글로벌국제학교 신동우 이사장의 학생 상담기 



오늘은 공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만든 대안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3개월 전,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는 수진이(가명)가 우리 대안학교에 전학을 왔습니다. 학교만 다니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책까지도 거들떠보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잠깐 OO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이내 그만두고는, 집에 있으면서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수진이 언니 역시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요. 가족들은 수진이 언니가 믿고 따랐던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수진이를 글로벌국제학교에 보내게 됐습니다.

수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무언가 물으면 짧게 대답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습니다. 어렵사리 답을 듣더라도 선문답하듯 짧은 대답 속에서 의미를 유추해야 했습니다.

전학 온 지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점심을 같이 하면서 수진이에게 “학교가 좋은 것이 뭐냐”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한참 있다가 “...평화로워서 좋아요.”라고 답합니다. 바닷가 학교의 평화로움이 수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모양이었습니다.

“또 다른 건 없고?”라고 묻자, 마침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던 아이는 “...고양이가 있어서 좋아요.”라고 했습니다.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좋다’는 속내를 자신의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러면 안 좋은 건 뭐가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수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머리가 아파요.”라고 답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재차 질문을 하려는 순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활동해야만 수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과목 수업이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졸 수도, 딴 생각을 할 수도 없습니다. 온전히 집중해야 하기에 수진이는 당연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수진이에게 찾아온 놀라운 변화 

그리고 지난 월요일, 이사장인 저는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의 진로, 진학 상담과 동기부여 상담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학습상담과 진로상담에 이어 동기부여 상담을 하면서,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고 불편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수진이의 만족도는 최상이었습니다.학교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수진이에게 “책 읽는 건 어떠니? 책을 보니 뭐가 달라진 것 같아?”라고 물었습니다. 수진이는 망설임 없이 “뭔가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말이 없고 묻는 말에 짧게 답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가, 지금은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수진이에게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들어 보니, 책이라면 치를 떨던 아이가 요즘은 그래도 책 읽기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수진이가 혼자 있었던 시간과는 달리 학교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름이 풍성한 고구마 밭을 만들어주듯, 아이들에게도 독서라는 거름이 필요해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나오면서 봤던 학교 근처의 고구마 밭과 깻잎 밭을 수진이와 함께 보러 갔습니다. 밭을 보면서 수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밭을 봐. 여기는 잎이 푸르고 풍성한데, 옆에 있는 깻잎 밭은 왜 저렇게 잎이 앙상하고 자라지도 않았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수진이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고구마 밭은 수십 년간의 농사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짓는 밭이라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거름도 풍성하게 공급받고 있지. 하지만 깻잎 밭은 주인의 돌봄 없이 방치돼 있어서 양분이 부족해 깻잎이 잘 자라지 않는 거란다. 모래밭에 자라고 있는거 보이지.”

그러면서 “우리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거름일 거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었습니다. 수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독서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래 맞아. 사람에게는 독서가 저 거름과 같아. 학교에서 수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책에서 다양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어서야. 고구마가 잘 자라려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하는 것처럼, 수진이가 성장하는 데도 책이 주는 영양분이 꼭 필요해. 국어만이 아니라 영어, 수학, 사회 시간에도 필요한 게 독서야.”라고 말해 줬습니다.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는 수진이의 눈동자가 순간 밝게 빛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처럼 남의 말에 귀를 열고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이의 변화에 먹먹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학교를 만든 이유, 우리 학교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학교마다 1년에 10~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합니다.

학교를 떠나더라도 이 아이들이 희망까지 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잠시 쉬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차분히 헤아려볼 시기일 뿐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책이 미래를 비춰주는 밝은 등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 사진 설명: 중학교 독서토론수업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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